포커를 꽤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그중 상당 부분은 졌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내가 포커를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운이 없어서, 상대가 이상해서, 혹은 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식으로 제 실력을 합리화하려 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돌이켜보니 분명한 흐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 이제 조금씩 이기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 감각이 처음 찾아온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포커를 하면서 직접 경험한 ‘승률이 오르기 시작한 순간들’을 조심스럽게 공유해보려 합니다.
혹시 지금 슬럼프에 있으시다면,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1. 결과보다 과정을 보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그저 ‘이기면 좋은 거고, 지면 아쉬운 거지’ 정도로 게임을 대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게임이 끝났는데 결과는 손해였지만
**“오늘은 내가 잘했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진짜로 잘하는 사람은 이긴 판보다, 잘 친 판을 기억한다는 것.”

그날 이후, 결과에만 매달리지 않고
“내가 왜 이겼는지, 왜 졌는지”를 자주 돌아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승률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 상대보다 먼저, 나 자신을 관찰했을 때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처음엔 ‘상대 분석’에 집중했습니다.
누가 블러핑을 자주 하는지, 누구는 베팅 속도가 빠른지 등을 메모해가며 봤죠.

그런데 문득,
정작 제 자신은 어떻게 플레이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플러시 상황에서 항상 약하게 나오거나,
플랍에서 너무 자주 체크를 한다든가 하는 저만의 습관이 꽤 많더라고요.

그걸 인식하고부터는
상대 분석보다 제 자신을 먼저 조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후부터 플레이의 안정감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승률도 오르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저는 ‘죽는다 = 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미 판돈을 넣은 상황에서, 불리해 보여도 “여기서 물러나면 손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어느 날,
불리한 상황에서 과감히 폴드를 선택했고
바로 다음 판에서 강한 패로 복구에 성공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죽을 줄 아는 것도 전략이다.”
이 감각이 생겼습니다.

그 뒤로는 무리한 베팅이 줄었고, 불필요한 손해가 줄면서 전체 승률도 안정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블러핑은 포커의 꽃이라고들 하죠.
저 역시 처음엔 그 화려함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블러핑을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제 플레이 스타일이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블러핑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패턴을 감추는 쪽으로 전환했습니다.

예를 들어,
강한 패를 가졌을 때도 일부러 느리게 콜하거나,
약한 패에서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가는 식으로 제 플레이 흐름을 흐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부터 상대는 저를 예측하기 어려워했고,
저는 더 많은 판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커에는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는 타입,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타입,
느낌으로 가는 타입까지 정말 다양하죠.

저는 한동안 고수들의 플레이를 따라 하느라
저에게 맞지 않는 스타일로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늘 불안정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죠.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잔잔하게 리스크를 조절하고, 흐름을 기다리는 플레이가 맞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억지로 변하지 않고, 제 스타일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결국 그게 저만의 승률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포커는 단순한 카드 게임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의 습관, 감정, 사고방식이 숨어 있죠.

제가 경험한 ‘승률이 오르는 순간’들은
단순히 더 좋은 패를 받았거나, 운이 좋았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게임에서 지고 계시더라도, 그 안에 반드시 배울 수 있는 무언가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커는 결국
상대를 이기기 전에, 나 자신을 다듬는 게임이니까요.